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면 주식 수가 줄어들까
지난 편에서 감자를 보면서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경우를 정리했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자사주 매입도 주식 수와 얽혀 있는데, 줄어드는 자리가 감자와 다릅니다.
“자사주를 샀다”는 공시를 보고 주식 수가 줄었다고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시점에는 아직 줄지 않았습니다.
사는 것과 없애는 것은 다른 단계입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면 그 주식은 사라지지 않고 회사 금고로 들어갑니다. 회사가 들고 있는 동안에는 의결권도 배당받을 권리도 멈춰 있지만, 주식 자체는 살아 있어서 나중에 다시 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입 단계에서 줄어드는 것은 시장에 돌아다니는 유통주식 수뿐입니다.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예요. 주식이 실제로 없어지는 것은 소각을 결의한 다음입니다.
단계별로 무엇이 줄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비교한 그림입니다. 기준은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소각 규정입니다.
주당순이익을 계산할 때 쓰는 주식 수에서는 자사주가 빠지기 때문에, 매입만으로도 주당 지표는 좋아 보입니다. 다만 그 주식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 지표는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소각까지 가야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됩니다.
감자와는 줄어드는 칸이 다릅니다
감자는 자본금을 직접 깎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법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로 소각할 수 있게 하고, 이 경우에는 자본금 감소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벌어둔 이익으로 샀으니 자본금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다른 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없앨 때는 그만큼 자본금이 줄어듭니다.
| 자사주 매입 | 자사주 소각 (이익으로 산 경우) | 감자 | |
|---|---|---|---|
| 회사 현금 | 나간다 | 이미 나갔다 | 유상은 나가고 무상은 안 나간다 |
| 발행주식 수 | 그대로 | 줄어든다 | 줄어든다 |
| 자본금 | 그대로 | 그대로 | 줄어든다 |
| 결정 주체 | 이사회 | 이사회 | 주주총회 |
같은 “주식 수가 줄었다”로 보여도 어느 칸이 움직였는지가 다릅니다. 공시를 볼 때는 매입인지 소각인지부터 갈라 읽으면 됩니다.
2026년부터는 사두고 묵힐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자사주를 사서 기한 없이 들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들고 있던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기거나 합병 과정에서 쓰는 일이 생기면서, 주주에게 돌려준다던 돈이 다른 곳에 쓰인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2026년 2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이 3월 6일 공포와 함께 시행되면서 소각 의무가 생겼습니다. 새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취득일부터 1년 안에, 시행 전부터 보유하던 자기주식은 시행일부터 1년 6개월 안에 없애야 합니다. 기존 보유분에 6개월을 더 준 셈입니다.
기한을 두 갈래로 정리한 그림입니다. 기준은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된 개정 상법입니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임직원 보상에 쓰거나,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같은 경영상 목적이 있으면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냥 두는 것과는 절차가 다릅니다. 정관에 사유를 두고,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만들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 승인은 해마다 다시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자리는 여기입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들고 있다면 소각 기한이 언제인지, 예외로 남겨둔 것이라면 어떤 사유로 주주총회 승인을 받았는지가 공시에 드러납니다.
어느 칸이 움직였나
- 매입은 유통주식 수만 줄입니다. 발행주식 수가 줄려면 소각까지 가야 합니다.
- 배당가능이익으로 산 자사주를 없앨 때는 자본금이 그대로 남습니다. 감자는 자본금을 직접 깎습니다.
- 소각은 이사회가 결정하고, 감자는 주주총회를 거칩니다.
- 2026년 3월 6일 시행으로 신규 취득분은 1년,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회사가 주주에게 돌려주는 또 하나의 방법인 배당에서, 배당락이 왜 생기고 주가가 얼마나 조정되는지 정리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