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는 왜 100이 기준선일까
경기 심리를 재는 설문 지표를 나란히 놓으면 기준선이 제각각입니다. 제조업 PMI는 50을 경계로 쓰는데, 한국은행이 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씁니다. 둘 다 “지난달보다 어떤가”를 묻는 설문에서 나온 숫자인데도 경계가 다릅니다. 두 지표가 응답을 다르게 세기 때문입니다.
응답의 세기까지 센다
한국은행은 매달 전국 도시 가구를 표본으로 소비자동향조사를 합니다. 생활형편이나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를 묻는데, 답을 다섯 갈래로 받습니다. 매우 좋아짐, 약간 좋아짐, 변화 없음, 약간 나빠짐, 매우 나빠짐입니다.
여기서 PMI와 갈립니다. PMI는 좋아졌다고 답한 곳의 비율을 세고 끝내지만, 소비자동향지수(CSI)는 답의 세기에 다른 무게를 줍니다. 매우 좋아짐에 +1.0, 약간 좋아짐에 +0.5, 나빠짐 쪽에 각각 -0.5와 -1.0을 매겨 더합니다.
그림 1. CSI = (가중 합 ÷ 전체 응답 수) × 100 + 100 · 출처: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작성 방법
이렇게 모은 가중 합을 전체 응답 수로 나누고 100을 곱한 다음, 마지막에 100을 더합니다. 좋아짐과 나빠짐이 같은 무게로 맞비기면 가중 합이 0이 되니 결과는 그대로 100입니다. 모두가 매우 좋아졌다고 답하면 200, 전부 매우 나빠졌다고 답하면 0이 나옵니다. 100이 경계인 건 계산식이 그렇게 생겨서입니다.
그림 2. 같은 설문 지표라도 셈법이 다르면 범위와 경계가 달라진다 · 출처: 옳은경제 정리
두 지표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PMI 52와 소비자심리지수 102는 모두 경계선 위이지만, 전자는 “늘었다고 답한 곳이 조금 더 많다”는 뜻이고 후자는 “응답 강도를 합치니 평소보다 약간 낙관적”이라는 뜻입니다.
심리지수는 여섯 개를 묶은 숫자다
뉴스에 나오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개별 CSI 하나가 아닙니다. 여섯 개 지표를 표준화해 하나로 합성한 값입니다.
| 묻는 시점 | 구성 지표 |
|---|---|
| 지금 | 현재생활형편, 현재경기판단 |
| 앞날 |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향후경기전망 |
표 1.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표 · 출처: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그림 3. 여섯 지표 중 넷이 앞날을 묻는 전망 항목이다 · 출처: 옳은경제 정리
여섯 중 넷이 전망 항목이라, 이 지수는 가계가 앞날을 어떻게 보는지에 더 많이 기댑니다. 그리고 합성할 때 장기 평균이 100이 되도록 맞춰 놓습니다. 그래서 CCSI의 100은 개별 CSI의 100과 뜻이 조금 다릅니다. 개별 지수에서 100은 좋아짐과 나빠짐이 맞비긴 자리인데, 심리지수에서 100은 과거 오랜 기간의 평균치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95가 나왔다면 비관이 압도했다는 말보다 평소보다 가라앉았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함께 나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 같냐고 숫자로 묻는 항목인데, 이건 지수가 아니라 퍼센트 응답의 평균이라 100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기업 설문과 갈릴 때가 있다
제조업 PMI가 50을 넘었는데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밑도는 달이 있습니다. 묻는 대상이 다르니 당연한 일입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는 주문과 생산을 보고 답하고, 가계는 월급과 물가와 이자를 보고 답합니다. 수출이 잘 돌아도 가계의 실질소득이 깎이면 두 숫자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둘이 갈릴 때 어느 쪽이 맞느냐를 가리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 다른 부문의 체감을 재는 지표라 서로를 검증해주지 않거든요. 대신 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을 열어보면 갈린 이유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계수입전망은 버티는데 소비지출전망만 내려갔다면 지갑을 닫겠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두면 혼동을 줄입니다. 미국 소비자 심리 지표는 두 개가 따로 돌아가고 기준도 다릅니다.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985년을 100으로 놓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966년을 100으로 놓습니다. 기준 시점이 다르니 두 숫자의 높낮이를 직접 견주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숫자를 다시 보면
소비자심리지수의 100은 응답이 맞비기는 자리이면서, 합성 지수에서는 오랜 기간의 평균 자리입니다. 50을 쓰는 지표와 숫자를 섞어 읽으면 안 됩니다. 지수 하나보다 구성 항목의 방향이 더 많은 걸 알려주는 때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같은 설문 계열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서, 기업에 묻는 숫자가 어떤 자리에서 CCSI와 다르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